4차 산업형멱시대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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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부모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다 보니 외부에서 진행하는 부모 교육 관련 행사나 강연회 등에 참석할 기회가 종종 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해 보면, 그 내용도 훌륭하지만 행사에 참여하는 일반 부모님들의 실제 이야기가 더 감동스럽고 의미심장할 때가 많다. 부모님들이 전하는 경험담들은 마치 백과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하기만 하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오른 분들이 오히려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신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님들이 전하는 경험담은 비전문가임에도 전문가들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자녀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려는 이유를 여쭤보면, 대부분 자녀의 성장에 따라 부모도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신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부모와 자녀 관계의 많은 문제점들이 자녀의 성장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눈높이를 유지하려는 부모의 경직된 태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필자는 이런 문제점이 부모·자녀 관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부모·자녀 관계는 사람들이 맺는 여러 인간관계 중에서도 특히 ‘본능’과 ‘관계’가 이중적으로 교차하는 관계다. 갓난아기들은 생존을 위해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게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아기의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한다. 때가 되면 젖을 물리고, 예방 접종을 하고, 예쁜 옷을 입히는 등 이 모든 양육 과정이 부모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진다. 즉, 이 시기의 부모·자녀 관계는 ‘관계’보다 ‘본능’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몸도 마음도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자란다. 하지만 부모들은 생후 2~3년 동안 익숙해진 자신들의 눈높이와 가치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아니, 아예 바꿔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본능’보다 ‘관계’가 더 중요해졌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와 부딪치는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미운 4살’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부모의 눈높이에 대한 아이와의 첫 번째 부딪침인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비록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엄마, 아빠! 이제 나도 엄마, 아빠 눈높이가 아닌 내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요!”


  이런 가정을 해보자. 우리 주위에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십중팔구 관계를 끊던지, 거리를 두려고 할 게 분명하다. 부모·자녀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부모·자녀 관계를 ‘제대로 된 인간관계’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의 변화와 깨달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 아이를 직장이나 사회에서 처음 만났지만 인상이 괜찮아 꼭 한 번 사귀어보고 싶은 사람이라 생각해보시라. 그러면 뭘 조심해야할지, 내 생각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중2병’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자녀의 사춘기를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갈등이 심한 가정들을 촬영하다 보면 한 가지 유사한 점이 발견되는데, 다름 아닌 자녀의 일상에 대한 부모의 간섭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마치 갓난아기를 다루듯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밥 먹어라’, ‘단정한 옷 입어라’, ‘숙제해라’ 등등의 잔소리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이미 아이에게 넘겨줬어야 할 일상의 선택권조차 꽉 부여잡고 신생아 시기의 부모 역할에만 멈춰 있으니, 어찌 갈등이 없을 수 있을까?


  이제 나와 내 자녀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만일 아직도 ‘관계’가 아닌 ‘본능’으로 자녀들의 일상까지 책임지려고 하고 있다면, 이제는 과감히 부모·자녀 관계에 있어 부모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출발점일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춰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온전히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김광호 (EBS ‘마더 쇼크’ 연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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